[관련뉴스]'어머님, 이상한 전화가 왔어요'... 딸 담임의 전화, 악질 추심의 서막
BY 관리자2024.02.19 20: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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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웃는 급전 대출]
4500% 넘는 고이자 요구
연락처 넘겨받아 가족·지인 협박
대포통장·대포폰 써, 잡기 어려워

 

 

"엄마, 그 사람들 누구야? 엄마 빚졌어?"

외벌이 김모(49)씨는 고등학생 딸의 전화를 받고 철렁했다. 곧이어 딸의 담임교사도 전화했다. "어머님, 이상한 전화가 와서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카카오톡엔 '네가 내 개인정보를 팔았다는데, 무슨 일이냐'는 지인들의 글이 쌓였다. 대출업자가 정한 이자 상환 시간이 넘어가자 득달같이 벌어진 일이다. 빌고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은행에서 더는 대출할 수 없었던 김씨가 생활고를 못 이겨 대출업자에게 빌린 돈은 20만 원. 일주일 뒤 40만 원(연리 4,562%)으로 갚는 조건이었다. 6개월 뒤 갚아야 할 돈은 4,000만 원으로 불었다. 김씨는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고 받아 간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협박에 쓰일 줄 몰랐다"고 했다. "업자가 딸 친구 엄마한테 전화하는 바람에 딸 친구들도 우리 사정을 알게 됐다"며 "빚쟁이 딸이란 놀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출중개 플랫폼 화면.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 상당수는 대출중개 플랫폼에 소개된 정식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가 결국 불법 업체에 대출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웹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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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대출 문화가 정착하면서 불법 추심 수법은 악랄하게 진화하고 있다. 가명과 대포폰, 대포통장으로 무장한 일당은 해외 SNS를 이용하면서 법망을 피해 다닌다. 10년 전만 해도 집에 온다거나 주변인 몇 명에게 전화로 협박하던 불법 추심은 이제 SNS를 통해 몇 초 만에 수백 명에게 피해자 나체 사진을 전송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전파력이 강한 SNS에선 가해자 특정이 쉽지 않다"며 "순식간에 피해가 번지는 데다 온라인에서 계속 전파되는 양상이라 피해자 회복도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원본보기 :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85016?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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