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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랄한 불법 추심의 실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치 범죄 조직처럼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피해자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액 급전 대출자'들을 노리는 불법 추심 행태를 고발합니다.
부장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참가자만 8백 명이 넘는 텔레그램 채팅방입니다.
조회를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의 이름과 생년, 거주 지역, 전화번호 등이 좌르르 올라옵니다.
그런데, 채 1분도 안 돼 실시간으로 답장이 달립니다.
YTN이 확보한 불법 대부업자들의 '채무자 정보방'입니다.
[전직 사채업자 : 한 군데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 그 사람의 정보가 (대출) 한 사람한테 있지 않습니까? 그 정보를 또 다른 사람들한테 팔고, 팔고, 팔고 해서….]
돈을 빌려줬거나 못 갚은 이력이 있는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포하면서 불법 추심에 활용해온 겁니다.
이런 '채무자 정보방'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세 곳, 참가자만 수백 명에 달했고,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 운영됐습니다.
특히 빚을 못 갚은 채무자의 민감한 사진 등도 여기저기 공유됐습니다.
[전직 사채업자 : 신분증 사진을 받으니까. 그걸 보면서 저희끼리 이제 하하호호 하면서….]
사채업자들은 이렇게 정보를 나누며 '소액 급전 대출자'들을 주요 목표물로 삼았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회사원 A 씨도 단돈 20만 원 때문에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돈을 빌리려 중개업체에 개인 정보를 넘겼고, 이게 순식간에 퍼지며 사채업자들의 전화와 메시지가 쇄도했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진짜 엄청 수많은 사람한테 연락이 오는 거예요. 자기들이 돈 빌려주겠다, 전화나 카카오톡이나 문자나 이렇게 다 다방면으로 엄청 많이 옵니다.]
이후 한 사채업자에게 대출을 받은 돈은 연 수천%의 금리에 수천만 원으로 불어났고, A 씨 가족과 직장 상사, 동료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지하철에서) 학생들 다리를 찍고 걸려서 합의금을 빌리고 못 갚는 사람이라는 등 채무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죽는 게 낫죠.]
경찰에 신고하면 잠깐 잠잠해졌지만 한두 달 뒤 다시 빚 독촉이 시작됐고, A 씨 개인정보는 끊임없이 돌고 돌면서 또 다른 사채업자들의 유혹이 계속됐습니다.
[불법 사채 피해자 : 일주일 뒤에 이 돈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자기 자신감 때문에 했다가 못 나오죠. 연체 하루 찍히는 순간 아마 쭉 빠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금융당국은 불법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채무자 정보 유출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은 아랑곳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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