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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법 사금융 현장 점검회의
대구 직장인 김모(48)씨는 올해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채를 썼다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추심에 시달렸다. 100만원을 일주일 뒤 180만원으로 갚는 조건이었는데, 업체는 김씨 지인들에게 “이 사람은 화장실 몰카범인데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당신 정보를 팔았다” 등의 거짓 문자를 보내며 압박했다.
1·2금융권을 넘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대부 업체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불법 사금융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 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빚 독촉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30대 싱글맘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와 당국은 ‘불법 사금융 근절’을 내세우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간부 회의에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겠다”고 했다.
◇대부업의 대출 절벽
대부 업체는 신용 점수가 낮은 등의 이유로 은행 등 1금융권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소득층·저신용자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찾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달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성인 10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 소득 50만원 이하인 사람 중 대부업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66.7%로, 소득이 낮을수록 대부업 이용 경험이 많게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부 업체들마저 대출을 줄이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평가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 가능한 대부 업체들의 신용 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대부 업체 신용 대출은 2022년 9월 10조3453억원에서 올해 9월 8조594억원으로 22%가량 줄었다. 이 기간 새로 대출을 내준 대부 업체 수도 59곳에서 37곳으로 줄었다.
대부 업계에서는 법정 최고 금리(연 20%) 규제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업황이 어려워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대부 업체들이 대출을 하려면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에서 돈을 빌려 와야 하는데, 고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은 늘었지만 최고 금리가 정해져 있으니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출 여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부 업체 수도 줄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 업체는 2011년 말 1만2486곳에서 작년 말 8597곳으로 감소했다. 사라진 합법 대부 업체들은 최고 금리 상한을 피해 불법 사금융 업체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
합법적인 대부 업체가 줄고 이들의 대출이 급감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업체로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대부 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들 중 77.7%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작년 대부 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74.1%로 증가 추세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 추이로 볼 때 올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사람이 더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2020년 7350건에서 2023년 1만2884건으로 약 1.8배로 늘었다. 올해는 10월말 기준 이미 1만1875건이 접수됐다. 경찰청의 불법 사금융 단속 건수도 2022년 1179건에서 2023년 2195건으로 배 가까이로 늘었다.
◇‘무늬만 대부 업체’ 퇴출
정부는 ‘무늬만 대부 업체’나 불법 사금융 업체는 막고, 정책 서민금융은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작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범정부 차원의 ‘불법 사금융 척결 TF’가 출범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민생 현장 점검 회의를 열고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대부업법 개정안’을 최우선 통과 필요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부업 등록을 위한 기준을 강화해 무늬만 대부 업체의 난립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편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의 공급 목표액은 2022년 5조2000억원에서 작년 4조7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4조1000억원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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